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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사례

농산부산물 이용활성화 토론회

by 박경수 변호사 2013. 9. 16.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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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9월9일자 (제2559호)
‘농산부산물 이용 활성화’ 토론회
“농산부산물 폐기물 취급 옳지 않아…자원화 원료로 다뤄야”
갈수록 치솟는 사료값 부담으로 축산농가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콩비지·깻묵·맥주박 등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TMR사료(섬유질배합사료) 이용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농산부산물을 넣은 TMR사료를 만들어 쓰면, 일반 배합사료를 쓸 때보다 20~40% 정도 사료 값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농가들 목소리. 문제는 이처럼 높은 가치를 지닌 농산부산물이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다뤄지면서 축산농가 이용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해결방안은 없는가. 신성범 의원실과 본보가 공동으로 연 ‘농산부산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농산부산물 이용에 따르는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 최 : 신성범 국회의원실, 한국농어민신문 -일 시 : 2013년 9월 4일(수) 16시 -장 소 : 국회 귀빈식당
 
 


#‘폐기물’인가 ‘순환자원’인가

폐기물관리법 적용 타당성 의문
농가 자칫 소비자 오해할까 걱정


‘폐기물이란 연소재, 오니, 폐유 등으로 사람의 생활이나 사업활동에 필요하지 않게 된 물질을 말한다.’ 폐기물관리법에 나온 폐기물의 정의다. 콩비지·깻묵·맥주박 등 흔히 농산부산물로 불리는 유기성 순환자원은 환경부 소관인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다뤄지고 있다. 환경부 입장에선 농산부산물을 폐기물로 보는 것이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정승헌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폐기물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 최종 목적은 환경을 보전하는 것으로 폐기물이 얼마나 재활용되는가에 대해선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환경부 쪽은 폐기물의 ‘이용’보다는 ‘관리’나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산부산물을 TMR사료에 활용하는 농가들도 이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30여 년간 한우를 키워온 백석환 석청농장 대표는 “가축 사육에 쓰이는 농산부산물들이 명확하지 않은 법 규정 때문에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다면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면서 “폐기물관리법으로 다뤄지는 농산부산물을 사료로 급여한다는 데 대한 마음의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농식품 제조과정에서 나온 농산부산물이 폐기물로 분류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고, 또 자칫 소비자들에게 폐기물을 먹여 소를 키운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농산부산물이 왜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다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개선이 왜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이에 대해 박경수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은 배출자의 주관적 유용성 여부에 따라 폐기물이 결정된다. 즉, 배출자가 유용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폐기물이 되는 것”이며 “이 같은 관점에서 입법 영역이 이뤄져 왔고, 관련 판례가 나온 후로는 폐기물 관리질서가 배출자 관점으로 굳어졌다”고 전했다.

정승헌 교수는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절대적 자원 빈국이다. ‘폐기물을 재활용해도 좋고, 아니라도 좋다’가 아니라 자원을 반드시 선순환시켜야 되는 위치에 서있다. 하지만 정부도 시민들도 아직까지 여기에 대한 깊은 고민과 인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다위 연구관은 “환경부는 폐기물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처리하고 가공하는 부분들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설 기준 등을 마련하고 있고, 앞으로는 농산부산물에 대한 관리를 할 때도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어떻게 다뤄져야 하나

정부는 자가TMR사료 사용 권장
별도로 관련법안 만들어 활용을


백석환 대표가 운영하는 석청농장은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자가TMR사료를 만들어 생산비를 절감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IMF외환위기와 소값 파동으로 한우사육을 포기하려 했을 때 자가TMR사료로 생산비를 절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축산과학원의 컨설팅을 받아 쌀겨, 비지, 버섯배지, 깻묵 등 농산부산물을 넣어 TMR사료를 만들었고, 그 결과 사료값은 40% 이상 줄이고, 거세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은 70% 이상으로 높여 경쟁력 있는 한우농가로 거듭났다.

백석환 대표는 “정부가 축산인들에게 농산부산물을 이용한 자가TMR사료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TMR사료 원료인 깻묵, 쌀겨, 감귤박 등의 농산부산물을 폐기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농산부산물을 폐기물관리법에서 제외하고 별도 법안을 통해 농산부산물이 자원화 원료로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념에서 보면 농산부산물 이용의 활성화는 농가 경영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자원의 순환을 통해 환경보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정승헌 교수는 “축산농가가 농산부산물을 이용하는 첫째 목적은 경제성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유기성 순환자원 이용이 활성화되면 환경오염을 막는데도 도움이 될뿐더러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더해 정 교수는 농산부산물이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금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으로 축산 쪽에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미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폐자원들이 중구난방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이용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의 경우 1순위를 사료, 2순위를 퇴비, 3순위를 바이오에너지 쪽에 맞추고 있는 만큼 농산부산물이 사료에 우선 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다위 연구관은 “농산부산물 이용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활성화될 경우 실제 돈과 연결되기 때문에 농가의 경제적 효과가 감소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은 농식품부와 축산과학원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제도적 개선점은 무엇인가

사료제조업 등록 쉽게 할 수 있게
조사료 유통센터 활용도 검토를


농산부산물이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다뤄지다 보니, 농산부산물을 이용해 자가TMR사료 원료로 이용하기 위해선 농가들이 ‘폐기물 재활용신고’를 하거나 ‘사료 제조업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움에 직면한 축산농가가 일정 수준의 시설 기준을 맞춰 ‘사료 제조업 등록’을 할 수는 없고, 결국 일일이 ‘폐기물 재활용신고’를 해야 하는데 생산 농가로서는 부담이다. 또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농산부산물을 이용하는 축산농가의 경우 법을 위반하는 꼴이 된다.

김재환 팀장은 “농가가 농식품부산물을 양성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폐기물처리 신고를 하는 것인데, 신고를 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서류가 만만치 않다”며 “농가가 부딪히는 행정적 번거로움을 단순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환 팀장은 또 하나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배출업자가 사료제조업 등록을 하면 농가가 사료를 사오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면서 “정책적으로 배출업자가 사료제조업 등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정부에서는 조사료유통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데, 조사료유통센터에 농산부산물유통센터를 함께 두고 사료제조업 등록을 한다면 상당부분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재환 팀장의 설명도 있었다.

홍기성 사무관은 이와 관련 “조사료 뿐만 아니라 부산물도 유통센터를 통해 농가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관련 예산 90억원을 확보해 놨다”며 “이런 부분이 활성화되려면 폐기물관리법 등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환경부와 계속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경수 변호사는 “축산농가가 소를 1마리를 키우든 몇 마리를 키우든 모두 다 농산부산물을 이용하려면 폐기물처리 신고를 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하나의 예로 환경부가 ‘고물상’에 대해서도 신고 의무를 뒀는데 일정 규모 이상만 신고 대상으로 규정한 만큼 이런 부분을 검토하면 축산농가 규제 완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승헌 교수도 “대량의 농산부산물은 유통센터를 통해, 소량은 신고 유예를 하는 쪽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기성 사무관은 “축산 농가의 폐기물 신고 부분이 폐기물업체에 준해서 행정절차를 진행해야 되는 부분이 부담인데, 일정 규모 미만으로는 신고를 면제할 수 있게끔 아니면 축산농가에서 배출된 일정부분 미만 폐기물에 대해서는 신고하지 않게끔 협의를 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토론회를 마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약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이강우 전국한우협회장도 참석해 “미강의 경우 예전엔 정부가 양곡부산물로 농가에 배정해 주기도 했는데, 언제부턴가 폐기물로 분류되면서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생업을 뒤로하고 이번 토론회를 지켜보기 위해 올라온 농가들의 목소리도 귀담아볼 만 하다. 진주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한기웅 씨는 “합법적으로 농산부산물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을 위반했다 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면서 “농산부산물 이용을 통해 생산비는 절감하면서 고급육을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환경까지 보전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과 환경보전이라는 측면에서 농산부산물 이용 활성화는 일거양득이다. 하지만 폐기물관리법을 놓고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기란 쉽지 않다. 축산업에 끼어버린 농산부산물을 내 소관이 아니라며 서로 밀쳐내는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를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인가. 박경수 변호사는 말했다. “폐기물 관리법으로 제게 전화를 주시는 분은 모두 영세하신 분들이다. 소송은 엄두도 못 낸다. 축산농가도 마찬가지다. 판례는 다수가 원하면 변한다. 안 바뀌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산부산물과 관련한 관계 부처들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정승헌 교수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농식품부가 조사료유통센터에 폐기물 수거·운반 기능을 줘 수요자와 연결해주면 환경부 차원에서도 동의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농산부산물 유통·관리 과정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환경부의 우려는 농식품부가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정승헌 건국대학교 교수(좌장)
홍기성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김재환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장
정다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
백석환 석청농장 대표
박경수 변호사.



이진우 기자(leejw@agrinet.co.kr) ,
김관태 기자(kimkt@agrinet.co.kr) ,
고성진 기자(kosj@agrinet.co.kr)